아이들이 놀이를 하다 보면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까지 더러워질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놀잇감이 한바탕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에서는 하루종일 치워도 치워도 뒤 돌아보면 아이들의 장난감이 쏟아져 있습니다. 아이에게 정리하기를 수차례 이야기를 해도 입이 더 아플 뿐 정리정돈이 어려울 뿐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아무리 이야기를 해주어도 시키지 않으면 스스로 정리 정돈하며 놀이할 생각을 못하고 어려워하는 것일까요?
어지르는 것 또한 놀이의 과정
그것은 바로 아이들은 장난감이 아무리 널브러져 있어도 더럽거나 정신이 없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자기 생각대로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놀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주변에 보이는 놀잇감을 가능한 모두 활용합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놀잇감을 꺼낼 때마다 장난감은 모두 치워야할 대상으로만 보이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나만의 놀이에 활용될 아주 좋은 재료일 뿐입니다.
놀잇감을 추가시키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상상력을 키우며 놀이를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재밌게 놀이하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친 후 돌아보면 어지럽혀진 놀잇감들은 아이들이 신나게 놀이한 흔적인 것입니다.
정리가 어려운 이유
하지만 만 4세 이전의 아이들은 대부분 놀이한 장난감을 끝까지 제자리에 바르게 놓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장난감을 완벽하기 정리하기 위해서는 종류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오직 정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분류능력과 집중력이 그만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정에서 정리습관이 잘못 형성되었을 경우에 아이는 기관에 가서도 정리를 어려워합니다.
가정에서 양육자가 정리하자는 말만 하고 양육자가 정리를 대신 다 해주는 등, 자신이 정리를 하지 않아도 정리가 쉽게 이루어지는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그 순간만 모면한다는 생각으로 정리시간에 점점 더 꾀를 부리게 되는 것입니다.
다양한 놀잇감을 이용해 아이의 자율성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이와 함께 자기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계속 치우기를 권유하고 느릿느릿 정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대신 정리를 후딱 해버리는 양육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놀이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정리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이 놀이한 것들을 치우고 책임감과 성취감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놀이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을 조절해나가며 자기 조절력도 기르게 되며, 이는 사회성을 키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놀이 중에는 정리를 강요하지 않기
정신 없이 펼쳐져 있는 놀잇감을 보면 중간에 정리정돈을 시키는 양육자들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의 동선에 방해가 되어 위험할 경우에는 치워주는 것이 좋으나,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경우에는 놀이 중간에는 정리를 시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다 보면 모든 영역에서의 놀이 연계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미술활동을 한 그림을 역할놀이에 소품에 활용하기도 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여러 놀잇감을 활용해 새로운 놀이를 창조해 냅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전혀 필요 없을 것 같은 놀잇감이더라도 아이들의 눈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놀이를 확장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기에, 어른들의 판단으로 '이건 안 쓰는 거니 먼저 치우고 놀이하자'처럼 놀이 중간에 정리를 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놀이에 충분히 몰입해 있을 때에는 정리에 대해 언급하지 말고, 놀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의 상상력과 집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됩니다.
정리는 놀이를 마친 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정돈에 도움이 되는 방법
1. 정리정돈을 즐겁게 놀이처럼
아이들도 놀이 후 가득 펼쳐진 놀잇감을 보면, 아무리 자기 장난감이라고 하더라도 정리하기 싫고 힘든 느낌이 들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정리를 신나게 하고싶은 마음이 들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정리시간이 되면 늘 신나는 정리노래를 틀고 노래와 함께 정리를 시작합니다.
시작할 때는 양육자가 함께 정리를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단, 아이는 정리를 하지 않는데 양육자만 하는 것은 안되며 함께 정리하기를 권유하며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누가 먼저 이만큼을 정리하는지 놀이처럼 정리시합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섞여 있는 놀잇감 중에 같은 종류의 놀잇감을 찾는 분류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정리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이 노래가 끝나기 전까지 정리해 보는 방법도 아이가 부지런히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아이가 정리를 열심히 잘하였을 때 충분한 칭찬과 격려가 중요합니다.
2. 정리할 대상과 정리할 곳 명확히 알려주기
아이들에게 단순히 '얼른 정리해'라고만 말하면 아이들은 이 많은 장난감을 어떤 것부터 어디에 정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아이와 함께 정리를 시작하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부터 정리할지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레고블록부터 정리하기로 하였으면 레고블록 바구니의 위치를 명확히 알려주고 담아보기를 격려해 주거나, "노란 상자에 인형을 담아보자"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리 대상과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바구니에 놀잇감 사진을 붙여 정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직 글자를 명확히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놀잇감 사진을 제공해 주어 바구니에 스스로 정리해 보도록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인쇄나 매번 사진 찍는 것이 어렵다면, 스티커 등을 이용해 별 스티커 상자, 빨간 동그라미 스티커 상자처럼 아이에게 정리 위치를 간편하게 알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3. 꾸준히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연습하기
아이들도 정리를 하는 것보다는 안 하는 것이 더 편하고 좋습니다.
어떤 날은 정리를 해야 하지만 어떤 날은 또 안 해도 된다면 아이들도 정리를 안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매일 정리하는 연습을 통해 스스로 놀이한 놀잇감은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시간적으로나 상황으로나 정리가 어려운 경우더라도 아이가 일부분이라도 정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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